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독소조항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4일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의 문제점 및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의 4대 독소조항으로 △반도체시설 접근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을 꼽았다.

반도체시설 접근허용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경연은 "첨단시설인 반도체 공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초과이익 공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국은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마련했다.

한경연은 "이 요건이 기업 본연의 목표인 이윤 추구를 제한한다"며 "투자에 대한 경제성이 하락해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의 예상 현금흐름과 수익률 등의 자료 제공시 기술과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재무·영업·회계자료 제출은 주요 생산 제품과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장비 등의 자료까지 제출을 요구해 영업 비밀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보조금 혜택을 위해 반도체 생산 관련 자료, 원료명, 고객정보 등의 영업 비밀까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증설 제한 조건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이 보유한 중국 공장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방해하는 요건이라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반도체법 보조금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반도체법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실무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하부 규정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